서울로 이사 오고 나서 주말이면 직장인답게 집에서 뒹굴뒹굴해야 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이날 따라 몸이 근질근질해서 애니맨 헬퍼에서 수행 알람이 올 때마다 계속해서 들어가서 확인하고 있었다.
그래다가 내가 할만한 배달일을 찾아냈다.
그래 집에만 있는 것도 좀이 쑤시는데 운동삼아 바람도 좀 쐴 겸 한번 다녀오자.
야심 차게 나는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면서 경로를 계산했다.
명동 영플라자가 을지로 입구에 있고 거기서 고객님이 원하는 원피스를 산 다음에 다시 고객님이 계신 곳으로 가면 되는데 고객님이 계신 곳은 지하철역이랑 거리가 있으니까 을지로 입구에서 사당역으로 간 다음 공영주차장에 있는 내차를 끌고 고객님에게 가면 되겠군.
내 빠른 두뇌회전에 감탄(늘 그렇듯 계획은 완벽하다)
드디어 을지로 입구에 도착했다.
고객님이 급하다고 하셔서 나는 계속 뛰고 있었다.
아 이게 아닌데? 나는 산책 겸 나온 건데 ㅠ
그래 남의 돈 벌기가 어디 쉽나... 달리자 달려
여기도 인기가 많은 매장인지라 사람들이 많아서 줄까지 서느라 시간이 또 지체되었다.
정신없이 지하철을 타고 사당으로 향했는데...
맙소사 차키를 안 가져왔네???
일단 고객님에 물품비용 영수증 찍어서 보내드리고 나는 택시를 탔다.
1시간 정도 걸려서 전달해드리기로 했는데 거리 계산 실패에 차키까지 두고 와서 2시간 정도 걸렸다.
미안해서 돈을 안 받겠다고 했는데 천사 같은 고객님이 돈은 받아야 한다고 하셔서 수행비는 받을 수 있었다.
웃긴 건 지하철 1250원씩 2번 해서 2500원에 택시비 7100원 나와서 9600원이 들었다.
만원 벌자고 시작한 건데...
계속 뛰었더니 너무 목이 말라서 딸기우유(1500원) 하나 사 마셨더니... -1100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성하는 의미로 집까지 2개 지하철역 거리를 걸어서 왔다.
나 뭐 하는 거냐. 황금 같은 주말에. 봉사활동. ㅋㅋㅋ
만약 소소한 심부름으로 시간 제약 없이 푼돈을 벌고 싶으신 분이 있으시다면 애니맨을 추천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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